우리아이 독서습관 만들기

"미디어 중독 우리 아이 독서습관 들이기" 열 번 째 기록. (학습만화의 정도)

키오형제맘 2024. 2. 19. 05:25

 
하루에 3~4시간씩 미디어에 푹 빠져 살 던 7살 아이에게,
좋은 독서습관 만들어주고자 노력한지 어언 1년반.
오늘은 그 열번째 기록이다.


아기 때부터 책을 열심히 보여주지 않았어도,
이미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이 되었어도,
우리 아이는 충분히 좋은 독서습관을 갖게 되었고,
생각 보다 그 과정이 길지 않았고, 힘들지 않았기에,
아이의 독서 습관 기록을 차근차근 해 온 내 자신을 칭찬 하는 바이다.



캐리어 7개로 해외 정착을 시작한 겸사겸사,
아이들과 나는 TV와 테블릿 없이 지내보기로 하였다. 
둘째에게는 한국이 아니어서 TV와 테블릿이 없다고 둘러대고,
가져온 책들을 여기저기 흩뿌려두었다. 
단 미디어가 없는 대신,
세이펜과 독서테블릿은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극적인 노출 없는 환경에서, 심심해 할 줄 알았던 아이들은
장난감과 책이 넘쳐났던 예전과 현재보다
가장 아이다운 모습으로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만 7번 째 생일을 보낸 첫째는
가져온 글밥책을 4일만에 다 읽어서, 이삿짐이 올 때까지 다른 집에서 책을 빌려와 읽혔고,
좋아하는 흔한남매 시리즈 책을 3~4번 반복하여 읽었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대화문장 구사하기" 와 어휘 및 독해력이 많이 늘었다.
 
만3세인 둘째는,
형이 흔한남매를 보면,  형아 옆에서 혼자 책을 큰 소리로 읽거나,  
 세이펜으로 책을 읽으며 혼자 꺄르르 웃으며 즐거워 했다.
재밌는 문장은 혼잣말로 중얼중얼 외우고는
나에게 와서 들려주기도 했다.


"콩순이 코딩컴퓨터"에도 푹 빠져서
한글, 영어 타자 연습하거나, 마우스 클릭하는 연습을 하더니, 
실제 내 노트북까지 너무 훌륭하게 조작해낸다.
콩순이 컴퓨터에 나오는 10미만 덧셈, 뺄셈에도 관심을 가지는 데,
이제 수학동화를 보여주기 시작할 적기가 된 것 같다.
 



사실 그간 독서습관 들이기에 노력하면서도,
주말과 같이, 아이들 케어와 나 홀로 집안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순간에는 
내 집안일을 아이들을 방해할 까봐, 그리고 빨리 집안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이 요구 하지 않아도 "이거보고 있어~ "하며 영상시청을 먼저 권하기도 했는 데,
이곳에 오고서는 내 집안일을 방해하는 것 까지도 그들의 놀이라 인정하고 냅두었더니
내 마음에도 평화가 왔다. 그리고 내 걱정과는 달리 그렇게 방해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버려두니 정말 잘 들 논다. 



그렇게 훌륭한 탈미디어 생활을 3주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영상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한정적이고 반복적인 생활만 하고 있는 둘째가 염려스럽기도 하고,
첫째 둘째 둘 다 국제학교와 영어유치원으로 진학하게 되어,
영어소리 노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로 된 스토리 있는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아이들이 혹시나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조작할 수도 있기에,
EBS의 '애니키즈' 로 내가 원하는 영상만 골라 보여주고 있다.  
 



근황소개로 초입이 길었다.
오늘은 그 동안 고민이었던 학습만화에 대한 이야기 이다.

(엄마 혼자만의) 독서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1년쯤 되었을 지난 초1 여름방학 무렵,
첫째는 학교 도서관에서 "흔한남매"를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어느 도서관에 가든 흔한남매 시리즈만 찾아내어 읽던 시기를 지나,
집에도 흔한남매 시리즈를 하나, 둘, 들이며,
집에 있는 시간 내내 흔한남매만 읽기를 현재까지 6개월 째 이어가고 있다.
책 육아 선배맘들이 절대 학습만화는 들이지 말라고 충고 하였음에도 불고하고,
나는 내 성격 특유의 안일함을 여과없이 발휘 하였다.  


 
흔한남매 14권을 적어도 10회독씩은 했으리라.
(그와중에 9권은 무서운 이야기라며 절대 보지 않는 다)
학습적인 성격없는 흔한남매 오리지날 시리즈만 읽었다면 내가 내 특유의 안일함을 발휘하지 않았을 텐데,
흔한호기심, 안흔한일기, 우리말겨루기, 방탈출, 과학탐험대 시리즈까지 모조리 재밌게 반복적으로 읽으니,
못읽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교 후, 외출 후 그리고 공부하고 난 후,
"엄마 나 이제 쉬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흔한남매를 읽는 데,
저게 쉬는 거라는 데!! 어떻게 읽지 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절대로 안 읽고 버텨왔던 글밥이 조금 있는, 고전읽기 시리즈도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한 번 보더니 너무 재밌다며 또 여러번 반복하여 읽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은 예전과 같은 즐거움이 없는 지,
밥스패밀리, 엉덩이탐정 을 다시 꺼내 읽더니,
똥볶이 할멈과 같은 긴 글밥의 책 시리즈도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났는 지,
스스럼 없이 꺼내 읽기 시작하였다.
사실 똥볶이 할멈 정도의 글책은 내가 주로 읽어줬었는 데,
너무 자연스럽게 홀로 읽고 있어서, 독서독립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뻔 하였다.
독서독립은 흔한남매를 읽던 과정중에도 
내가 책읽기 숙제를 내주면(하루 4-8권 사이의 책을 혼자 읽어 보도록 권하고 있다)
홀로 책을 읽긴 하였는 데,
수준이 낮고, 분량이 적은 책 위주로,
정말 엄마가 시킨 숙제책들을 완독 하는 데에 목표를 둔 독서만을 해오고 있었다. 
이젠 정말,
재미, 자발성을 고루 갖춘 독서가 완성된 것이다.
 
 


최근 또 다른 변화로,
예전에는 내가 책을 권유하면,
싫어하거나, 누가 봐도 첫째가 좋아할 만한 표지의 책을 골라 읽었다면,
지금은 내가 책을 권하면서, 
아무 페이지, 아무 문장을 골라 실감나게 읽어주면,
바로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흥미의 발화점과 역치가 낮아진 느낌? 
웬만한 책들은 다 재밌다고 표현하는 게 놀라운 변화이다.




위의 두 가지 변화를 통합하여 보면,
스스로 책을 고르고 책을 꺼내어 펼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흔한남매 이전에는 책을 봐도,
모르는 단어 반, 아는 단어 반으로 스토리를 유추하며 읽다보니
작정하고 재밌으라고 만든 책이 아니면, 아이에겐 재미 없는 책이였던 반면에,
흔한남매의 여러 시리즈를 다회독하면서 어느정도 어휘력과 기본상식이 쌓인 채로,
책을 읽으니, 책이 재밌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추측이다.
 



흔한남매를 정말 많이 읽기도 했다.
어느 회에 어느 스토리와 어느 단어가 나오는지 다 외우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한번 씩 안 쓰던 단어들을 흔한남매로부터 배우고는 자연스럽게 문장구사를 해서 나를 깜짝 놀래킬 때도 있었다.
사실 내 눈에는 학습만화를 보며 앉아있는 모습도 너무 예뻐서 학습만화를 통제 하지 않고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아껴둔 입학준비금도 흔한남매에게 탕진 ㅎㅎ)

그 결과
역시나 내 아이는 항상 옳은 길을 간다.



반복독서를 글책으로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이것은 내 욕심이고,
말이 늦게 트였던, 그리고 책을 늦게 접했던 첫째에게는
흔한남매 시리즈가 훌륭한 반복독서의 대상이었다.
내가 만약 학습만화를 못 읽게 통제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독서의 즐거움을 못 느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