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독서습관 만들기

우리아이 독서습관 들이기-우리아이 학습만화 6개월 관찰기록.

키오형제맘 2024. 4. 17. 13:17




오늘은 한국나이로,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첫째의 독서관찰기록 중, 
학습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해보고자 한다.
 
알려진 대로, 학습만화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글밥책 거부 인것 같다.
독서를 거의 하지 않던 친구에게 학습만화를 먼저 보여줬다면, 
글밥책 거부가 큰 단점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아이에게 책을 읽힌지 1년 남짓이던 차에 아이가 학습만화를 접하고는 그대로 푹 빠져드는 것을 보고,
"뭐라도 읽어야지" 라는 마음 반, "글책이 주는 재미를 잃을텐데.."라는 걱정 반으로
아이를 책편식 없게 잘 도와줘야 겠단 생각에, 
처음엔 "글책 몇권 읽어야 학습만화 볼 수 있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다.
 
오늘은 아이에게 "잔소리" 없이, 학습만화의 장점만을 흡수할 수 있었던! 6개월의 기록을 풀어본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작년, 여름방학 전,
학교 도서관에서 "학습만화" 를 처음 접했다. 
 
그 전에 도서관에서 WHY? 시리즈 책을 몇 번 보긴 하였지만,
그 당시 관심 있어하던 "멸종위기동물"에 관한 책을 고른 것이지,
WHY에 푹 빠져서 고른 것은 아니었고, 별 재미를 못 느꼈는 지 완독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why 시리즈는 집에 들이지 않고 있다.)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들 사이에서의 경쟁을 뚫고, 대출가능한 상태의 흔한남매를 순서없이 읽다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북카페에 1권부터 순서대로 꽂혀있는 흔한남매를 발견하고는,
매일 같이 북카페에 가서 흔한남매 책을 읽었다.

처음엔 흔한남매를 읽고 싶으면,
그림책이라도 세네권 읽어야 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는 데,
그렇게 했더니, 짧은 책, 쉬운 책 위주로 목표량만 채우길래,
안되겠어서 누가 봐도 재밌을 동화책과 글밥책을 골라, 아이를 앉혀놓고, "내가" 재밌게 읽어주었다. 

(훗날 내가 한 짓중에 제일 잘 한 짓이 되었다.)



이 때 읽어줬던 책은, 똥볶이할멈, 비밀요원 레너드, 낭만강아지 봉봉, 고양이해결사 깜냥,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등등, 글밥이 꽤 있는 문고책이었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 외에 첫째는 혼자 흔한남매를 읽었다.

이 시기에 학습만화는 둘째에게 책을 읽어 줄 시간을 만들어준,
그러면서 독서분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였다.
형이 혼자 흔한남매를 읽고 있으면, 동생도 무슨 책이 됐든 책 한 권은 들고 보았다.
 
 

 
 
또한 학습만화는
하교 후, 하원 후, 학원 가기 전 짧은 시간, 아이의 취미생활이 되어 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거실에 앉아 책을 본다던지,
외출 직전 작은 짬이라도 나면 책을 보는 등,

"틈 날 때 마다 책을 펼쳐드는 행동"을 몸에 베게 도와주었다.
심심하다 싶으면 습관처럼 학습만화를 들여다 보았다.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할 때,
학습만화 두 세권만 있으면 엄마 아빠도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었다.
 

가끔은 흔한남매에 나오는 요리레시피를 궁금해 하여 같이 요리하는 시간도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 쯤 지나니,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처음 북카페에 한 시간 쯤 머물면,

아이는 흔한남매 1/3 정도를 읽었고,
2권정도 빌려오면, 일주일 동안 그 두 권을 2회독 했다.

지금은,

마법천자문을 하루에 네다섯권씩 읽는 다. 

방금 새책 포장을 뜯어 줬는 데, 또 다음 새책 포장을 뜯어 달라고 해서,

너 대충 읽었니? 그림만 봤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요즘엔 마법천자문 한권을 15분 만에 다 읽나보다.

 

 

6개월 동안,

첫째는 흔한남매, 위기탈출넘버원, 내일은 실험왕(아직 읽는 중), 마법천자문(60권 완독) 을 읽었다.

 

학습만화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기왕 읽을 바엔 흔한남매시리즈 보다 좀더 유익한 책을 읽었으면 해서, 위기탈출넘버원을 집에 들였는 데,

1권부터 재미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더니,

얼마전 다시 읽어보라고 책을 쓰윽 들이미니, 너무 재밌다며 25권을 일주일 안에 다 읽어내었다.

흔한남매 시리즈가 아이들에게 단순하면서 자극 적인 내용이라,

다른 학습만하는 거들떠 보지 않을 것 이라 예측했는 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러번, 충분히 많이, 지겹도록 보게 했더니, 신기하게도 덜 자극적인 학습만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을 발판으로, 바로 다음 책도 구입!

내일은 실험왕도 흥미롭게 읽었으면 해서, 중고가 아닌 실험키트가 있는 새책으로 구입하여 주었다. 

아직은 실험을 통해 과학적 이론을 이해시키기 보단, 그냥 이런 실험을 해봤다~ 정도에 의의를 두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좀더 여러번 읽기를 바랬지만,

하필 마법천자문과 구입시기가 겹쳐서, 내일은 실험왕 효과는 얼마 못보고, 바로 마법천자문으로 넘어갔다.

 

마법천자문은 명불허전이었다.

평소 쓰지 않던 단어들의 뜻과 음을 달달 외우며, 

운동을 하고 있든, 공부를 하고 있든, 그렇게 손오공이 날리는 필살기술들을 입으로 날려댄다. 

낯선 단어를 접해도, 자연스럽게 뜻을 추측해낸다.

 

 

학습만화를 읽히면서도 제일 걱정 됐던 부분은

"재밌는 줄거리만 쏙 골라 읽고, 줄거리를 통해 얻어야 할 지식은 솎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부분은. 음.. 위기탈출넘버원이나, 내일은 실험왕의 경우 챕터마다 내가 봐도 재미없어보이는 도움글들이 있는 데,

당연히 우리 아이는 읽지 않는 다. 

도움글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통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을 알수 있으면 좋으련만, 

보통 '현상'에 대해 흥미롭게 스토리를 풀어내고, 도움글을 읽어야 '현상'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아이가 스토리를 보고 더 흥미가 생겨서 도움글까지 보면 너무나 완벽하겠지만,

보통은 흥미로운 이야기 한 편을 읽는 것으로 끝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하하고, 기뻐할 일은,

아이가 이 만화를 읽지 않았더라면, 주변 사물들에게 이런 스토리와 과학적 현상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가 그저, 원리는 몰라도,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네? 

과학실에서 이런 도구들 봤어! 

이정도만 깨달아줘도 충분히 응원해주고 기뻐해줄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나보다.

문득, 응? 우리 아이가 독서독립을 했네!? 를 깨달았다.

내가 읽어주었던 문고책들을 한권 씩 쓱쓱 읽어 내는 데,

내가 여러날에 걸쳐 읽어줬던 문고책을 15분~20분 사이에 다 읽고 있었다. 

학습만화를 원하는 대로 보게 놔뒀더니, 예전에 엄마와 함께 재밌게 읽었던 책의 표지를 보고 읽어볼까? 라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학습만화로 스스로 책을 고르고, 혼자 책을 읽고, 독서영역까지 확장까지..

학습만화의 효과는 '지식적 내용 전달' 외에도 아이의 독서습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SNS에서 보이는 책육아, 책 좋아하는 아이, 책을 하루에 30권씩 읽는 친구들을 보고

우리 아이와 비교할 것도, 그것을 목표로 잡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오늘의 목표는 어제보다 책을 "재밌게 읽자" 였으면 했는 데,

 

학습만화는 "억지로, 이해안가는, 시간만 떼우고, 권 수만 채우는" 독서에서,

"내가 선택한 책을 재밌게 읽는" 독서로 전환된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학습만화를 접했다면, 마음껏 읽으라고 응원해주고,

읽었으면 하는 책은 엄마가 하루에 30분 정도씩만 읽어주자.

우리 아이에게 양껏! 충분하게! 흥미를 채우며, 배경지식을 습득할 시간을 주는 것도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