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주재원 가족의 해외이주 준비. (#6) _ 남편 없는 독점육아 14일차. 중국어공부를 시작해본다.

키오형제맘 2023. 11. 9. 13:29

 
남편이 출국한지 열흘이 조금 넘었다. 
오! 나 꽤 잘 버티고 있다!
아들 둘과 꽁냥꽁냥, 저녁을 아이들 식사 위주로만 간단히 차리니 이거 좀 괜찮은 데?
 
 
남편은 주재원 간 곳에서, 
단신부임자들을 위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방하나, 거실겸부엌, 화장실 다 갖춘 엄~~청 좋은 숙소에서
혼자 지내니 참 외롭겠더라. ^^ 부럽지 않아.


지난 주말엔 우리가족이 살 집을 부동산을 통해 알아보고
나에게 집 사진과 동영상을 잔~뜩 보내왔다.
내가 "이집 괜찮네~ 이집 하자~ "하면,
남편) "거긴 어쩌고 이래서 어쩌고 저래서 어쩌고,"
"그래? 그럼 이집~할까?"
남편)  "거긴 또 이래서 저쩌고.."
"그러면 뭐. 이집하고 싶다고? 이집으로 해 그럼."
남편)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
의 무한 반복의 굴레에 빠져..
 

"해외이주 준비하며 예민해지더라도 감정적으로 싸우지 않기. 서로 힘든 거 인정하고 존중해주기" 
라는 우리의 다짐이,
살짝 일그러질 뻔했다. ^^
(해외 이주가 결정되고, 우리 부부는 손을 꼭붙잡고,
힘들고 예민해 질거야~~ 그래도 우리 싸우지 말자~~를 다짐했었더랬다.)  
내 판단이 너무 단호해서, 나중에 후회할까봐 겁나서 그런다는 남편의 변명에..
"그럼 나도 같이 (결정을) 왔다갔다 해줄까? ^^ 1번 집으로해!!!"
라고 했는 데,
그 다음 날에도 "그럼 우리 1번집으로 하는 거야?"라고 또 카톡이 왔다.
부글부글..
 
 
남편은 확신이 없다지만,
여튼 나는 마음속에 집을 정했고,
지난주와 이번주 한번 씩 코스트코를 다녀오고,
자주 쓰면서, "우리집은 이 제품만 쓴다!"하는 물건들을 핫딜이 뜰때마다 주문하고 있다. 
 
한국 보다 물이 좋은 곳은 없기에,
제일먼저 수도꼭지 필터를 카트에 담았다.
브리타는 그곳 물에 맞는 필터로 그곳 코스트코에서 판다고 해서 보류 했다.
그리고, 1년은 쓰고도 남을 생리대와,
기저귀를 떼는 중인 둘째를 위한 기저귀 두박스,
피지오겔만 써야 해서. 피지오겔.
아이들 샴푸&바스도 쓰는 것만 쓰는 지라.. 그것도 여러개 사두었다.
또 틈나는 대로 다이소에 가서 '차곡차곡 쌓아서 부피를 줄일 수 있는'수납정리함을 손에 들고 올 수 있을 만큼씩 사다 나르고 있다.
 


 

 
현실적, 물질적, 물리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두 아이들을 데리고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것에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내 마음 준비도 애써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
 
'처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첫째에게, 내 두려움을 들키지 않고,
그 곳에 가면 재밌겠다~.
수영장 매일 갈 수 있겠다~.
농구장 축구장 탁구장 다 있대~~.
거기 먼저 가있는 형아가 학교 엄청 재미있대~.
우와 아빠가 보내준 집 봐봐~ 우리 여기서 살까?
등등으로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나 스스로도 세뇌 중이다.
 
그곳에서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그리고 나를 계속 동기부여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일을 찾자 싶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 지 고민 중이었는 데,
마침 지인께서, 내가 중화권으로 이민을 간다고 하니,
차이홍중국어 기초회화 한달만 듣고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중국어를 전혀 배워본 적 없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데,
2년동안 내가 중국어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 싶어서,
또 시작하면 몇개월, 몇 년 배워야 하는 게 외국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강의를 듣는 건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 데,
저 "한 달 만" 에 꽂혀버렸다.
왜 진작에 간단하게, 조금만, 배워볼 생각을 안했을 까?
외국어 공부를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여겼던 마음이 열리니,
다음 진행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지역 센터장님과 상담을 했고,
수강할 커리큘럼을 골랐다.
수강료는 4회 수업시마다 결제하면 되고(자동이체나 약정이 아니다)
교재는 수업과 상관없이 미리 한꺼번에 받을 수 있고,
방문 수업하다 출국 하면, 화상수업으로도 수업이 가능하다.
4회씩 수업 후 수업 연장에 대해 부담감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우선 11월 수업분을 결제 하였다.
오랜만의 공부라 머리가 잘 돌아갈지는 모르겠다. 
 
 
 

 (이건 혼자 공부해보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모셔만 두고 있던 책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