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주재원 가족의 해외이주 준비. (#8)_ 해외 이주를 무사히 마치고 해외생활을 시작하다.

키오형제맘 2024. 1. 4. 13:03

3주 전,
우리 가족은 드디어 이곳으로 왔다.
1년 전 부터 가네마네 하던 그곳.
남편의 해외부임이 확정되고, 남편은 한달, 남은 가족은 두달 안에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 했다.
아직 아이들의 학기가 시작 전이라,
3주 째 24시간 밀착육아 하느라, 나는 결국 몸살이 났다.
어른 비상약은 2개씩만 챙겼는 데, 감기약은 벌써 동이 났다. 이럴 땐 난 참 손이 작은 여자다.

약기운에 오랜만에 잠을 푹 자고 3시반쯤 눈이 떠져서 글 쓸 시간은 지금 뿐일 것 같아 기록하여 본다.


만3세, 만7세 아이들은 아직 어른 손 잡고 돌아다닐 시기라 큰 변화는 없다. 그저 노느라 바쁘다. 학교에 가고, 유치원에 다니면서 변화를 크게 실감할 텐데, 그게 참 걱정이다. 아, 해외 나온 김에 미디어차단을 아예 해버렸다. 테블릿을 창고에 넣어버리고, 집엔 책만 깔아두고, 바깥놀이를 자주 했더니 아이들은 금새 유튜브 없는 생활에 적응 하였다. 비행기 화물에 책을 잔뜩 넣어 가져왔다 생각했는 데, 3일만에 가져온 책을 다 읽어서 먼저 온 가족분들께 책을 꾸어 읽혔다.


첫째 아이 학교에서 출입국기록자료를 요구 했는데,
이걸.. 뭐에 씌였는지, 인터넷으로 뗄 수 있다 생각하고 출국을 했더니, 법정보호자만 오직 방문을 통해 미성년자 자녀의 출입국사실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조부모님께 대리인 위임장을 작성해 드리고 우리가 출국하면 기록을 떼다가 전달을 요청했어야 했는 데, 그걸 까먹은 거다..그래서 학교 측에 “행정정보 공동이용 사전동의서” 로 갈음하게 해달라고 문의해놓은 상태인데, 학교 측에선 다들 출입국기록을 인터넷으로 떼서 제출한다며 나에게 다시 알아보란다. 답답한 마음에 교육청에 질의응답을 받았다. 내 잘못을 누굴 탓하리..



해외이사는 규격박스에 짐을 넣고 컨테이너에 실은 뒤 그 컨테이너 그대로 배에 싣는 다고 한다.
그래서 운송 중에 파손 사고가 적을 줄 알았는 데,
큰 책장 발 하나가 부서져서 왔다.
이사 전에 우리집 물건들의 보험가액을 적어 내는 데,
뭐 별일 있겠냐고 대충 써냈는 데, 다행히 이거 하나 파손이어서 보험접수는 문제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반성한다.

저렇게 짐을 싸는 건 아침 8시부터 싸고, 컨테이너를 싣고 떠난 게 2시반쯤 이었다.
우리가 여기 온 후, 딱 16일 만에 이삿짐이 도착했는 데, 짐 받는 건 9시에 도착해서 2시반까지 걸렸다.
큰 가구들 조립해서 놔주고, 박스 개봉하고 대충만 정리 하고 가는 데, 다시 정리할게 귀찮아서 그냥 바닥에 놔놓고 가주세요. 했더니


방마다 이런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 생활 할 거실과 부엌을 먼저 정리하고,
다른 방들은 아이들 재우고 정리하기를 3일 째 하니,
몸살이 나버렸다.

내 이삿짐, 내 살림 없이 지낸 16일 동안 가져오길 잘했다 싶었던 것들은,


1. 아이들 식판 4개 + 이케아 칼라스 접시, 그릇, 컵
처음엔 코펠을 챙길까 하다가 먼저 온 남편이 프라이팬과 라면2개 끓일 정도의 냄비를 사두어서 집에 있던 가벼운 어린이용 식기류, 식판을 챙겨왔다. 남은 음식 보관할 밀폐용기도 3개 챙겨왔는 데 모자라서 여기서 구입했다. 수저젓가락국자뒤집개가위칼 등등은 일회용 쓰기 싫어서 다 챙겨왔는 데, 부피는 안크나 무게가 좀 나갔다. 아이들 식판은 가족수만큼 챙겨왔더니 정말 유용했다. 밥그릇 국그릇 종지그릇 반찬그릇을 대신하여 주면서 부피도 적고 가볍다. 믹싱볼과 채반도 중간사이즈로 하나씩 챙겼다. 재료 씻거나 손질하는 데 매우 유용한데 여기서 또 사면 아까우니 챙겼는 데, 플라스틱으로 된 믹싱볼과 채반이었다면 무게를 덜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2. 작은 아이 독서태블릿.
책은 아무리 많이 챙겨도 모자라다.
3일만에 첫째 아이 읽혀줄 책이 똑 떨어져서 둘째 아이 독서태블릿으로 영어책이나 위인전을 읽혀 줬었다. 우리집 독서태블릿은 슈퍼리딩 제품인데, 해외이용이 막혀 있어서 잠깐 당황했다가 문의 넣으니 바로 해외이용이 가능하게 풀어주었다.
책이 모자라서 해외배송을 알아보니,
기본 배송료+무게에 따라 추가 배송료 까지 해서 계산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더라. ㅠㅠ 더 많은 책을 컨테이너에 실었어야 했다.

3. 당연히 비상약이다.
도착 하고 한동안은 비자만 있지, 신분증이나 건강보험이 없는 상태여서 병원 갈 일이 웬만하면 생기질 않길 간절히 바라며,
아이들이 평소 감기 걸렸을 때 소아과에서 처방받아 먹는 감기약과 해열제를 출국 전 한달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처방받아서 보관하였다. (처방은 일주일 단위로만 가능하다.) 시판 감기약도 종류별로 사고, 해열제, 소화제, 알러지약 도 샀다.

4. 옷걸이.
집에 많은 게 옷걸이인데, 또 돈주고 사면 너무 아까워서 캐리어마다 짐 제일 위에 얹을 수 있을 만큼 얹은 후에 가방을 닫았다. 그래도 모자라서 현지에서 샀는데, 정말 돈 아깝다. ㅠㅠ


해외이사 업체에서 회사 지원 이라며,
이민가방과 변압기를 준다고 했는 데,
이민가방이 있어서, 이민가방 대신에 변압기를 많이 달라고 요청했더니. 이렇게 큰 박스들이 왔다. 변압기는 무겁고 부피가 큰 것이라는 걸 몰랐다. 이사 전에 집 가구들을 다 내다팔기로 하여,
빠진 가구 만큼 다른 물건들을 가져갈 수 있게 되어 신나게 책을 더 샀었는 데, 변압기 부피 때문에 책 구입은 중단 되었다.

변압기는 총 8개 인데, 딱 적당하다.
주방 베란다에 건조기, 오븐형 전자레인지 등 소형주방가전 용으로 하나 두었고,
책상에 하나 두고, 거실에 하나, 잠자는 방에 하나, 화장대에 하나, 주방에 하나 이런 식으로 놓다보니 1개가 남았는 데 이건 여기저기 이동식으로 쓸 예비 변압기로 좋을 듯 하다.


짐이 없는 동안엔,
책을 읽거나 동네 놀이터 탐방을 했다.
한국처럼 우레탄 바닥인 놀이터가 없고,
자갈모래나 톱밥이 깔려있는 놀이터가 많아서
아이들 마스크가 필수 이다.
아이들 노는 옆에서 에어건으로 낙엽 치우며 모래먼지 폴폴 날린다.
한국에선 엄마들이 민원 넣을 일인데…
여긴 그렇지가 않다.
자동차든 모래먼지든 알아서 피하는 게 여기 정서인가 보다.
한국과 다른 점을 비교하고 적응하는 동안에
우리의 arc카드(외국인등록증)과 헬스카드도 나왔다.
아이들 아플까봐 긴장상태였는 데 한시름 놓았다.

다음주면 첫째 아이가 먼저 국제학교에 입학하고,
다음달엔 둘째가 영어유치원에 입소 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단 기쁨과
아이들이 잘 적응할지 걱정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